IT개발자가 본 국내 IT시장 문제들

직접쓴칼럼 2007. 8. 29. 12:45
국가 주도의 IT산업 육성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장래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비전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IT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절망감을 느끼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서 해결하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IT산업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할려고 합니다.

소프트웨어 초기시장

초창기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프로그램만 조금짤 줄 알면 손쉽게 돈을 벌수가 있었지요.그래서 프로그램 조금 짤 줄 안다치면 다들 회사 그만두고 나가서 조그마한 개발회사를 차렸지요. 근무인원은 대부분 10명 안팎이었습니다. 인근 중소기업에 인사관리, 자재관리, 경리회계, 품질관리 등 단위 업무프로세스를 코볼 내지는 4GL 언어로 개발해서 공급하면 웬만한 직장생활 하는 것보다는 나았습니다.

너도 나도 ERP 외치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들이 단위 프로세스를 반영한 프로그램 가지고는 복잡한 기업의 전반적인 업무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없다고 판단을 하고는 전사적자원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ERP)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너도 나도 ERP 만든다고 나서서 인원 집중 투입해서 몇 개월 뚝딱뚝딱 여기 저기서 ERP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제품인지 아닌지는 검증할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가치 평가는 할 수 없는 상태 였지요.

정부에서도 중소기업에 전산화 도입을 원하는 업체에 한 업체당 3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막막 지원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ERP 업체들이 물 만났습니다. 업체만 잡으면 정부지원자금을 꿀꺽할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그들에게 다가 왔던 거지요.

ERP 업체들의 대대적인 영업이 펼쳐집니다. '사장님 ERP 구축에 돈 한푼도 들지 않습니다. 이 기회에 모든 업무를 자동적으로 척척 알아서 해주면서 원가 절감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 한 번 도입해보시지요'라고 ERP 영업사원들의 달콤한 속삭임은 시간만 있으면 원가 절감으로 고민하고 있던 사장님의 귀를 쏠깃하게 만들었던 거지요.

중소기업은 인원들이 항상 부족해서 一人多役일인다역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그런데 ERP구축까지 겹치게 되면서 요건정의부터 사무실에 붙들려서 자기일도 못하고 결국 야근에 철야까지 엄청난 업무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가지는 한가지 희망은 ERP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모든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일량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으로 힘들어도 참았던 거지요.

ERP 실패 기업들 전산화 포기업체 늘어

구축이 끝났을 때 과연 그들의 바램대로 되었을까요. 대부분의 업체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서 시스템을 오픈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스템은 작업시간을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데이터 입력하는 시간 증대로 짜증만 가중됩니다. 그리고 입력된 데이터도 한개 도 맞질 않습니다. 결국 몇 개월 사용하지 못하고 'ERP구축실패'라는 낙인만 찍힌채 원점으로 돌아가 결국 수작업 업무처리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지요.

이렇게 몇번씩 구축 실패를 경험한 중소기업 사장님들 '전산'의 電 자만 들어도 치가 떨립니다. 다시는 전산화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만 키웠던 거지요. 국내 중소기업들의 경영자들이 전산화 구축을 꺼리는 부분에 대해 시스템 구축 업체들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한 두번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경영자들은 국내산 ERP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자체 솔루션을 제작해서 판매하던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궁여지책으로 인력 용역시장으로 뛰어들게 되었던 거지요.

대기업들의 정보기술 지속적 발전 이루어

그래도 대기업은 꾸준하게 정보기술에 예산을 투자함으로써 상당한 기술축적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기존의 코볼 형태의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의 어플리케이션들을 웹기반으로 많은 컨버전이 이루어졌습니다. 많은 업무들을 수행함에 있어 컴퓨터 없이는 안될 정도의 많은 효과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대기업들도 기업내 전산실 형태의 부서를 두고 있으면서 개발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였으나 기업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점차 조직을 축소하면서 외주 용역형태의 시스템 개발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기업의 시스템들의 규모가 방대해서 영세업체에서 그러한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 공급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영세업체에서는 대부분 손쉬운 개발자 인력 용역 사업에 손을 대게 되는 거지요.

대부분의 그룹사들은 계열사 전산업무를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별도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열기업들의 새로운 시스템 구축의뢰를 받으면 주로 분석/설계등의 업무에 대해서는 자기들이 수행하고 개발은 인력 용역 업체에 의뢰를 합니다.

고부가가치는 자기들끼리 독식 나머지는 개발 용역업체 발주

분석/설계 비용은 인당 월 많게는 1000만원에서 2000만원 가까이 하는데 개발비용은 인당 월 400만원에서 600만원 정도입니다. 물론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습니다. 이 개발비용은 개발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아니고 인력 용역회사로 지급되는 금액입니다. 이 금액에서 회사의 운영 경비를 일부 공제하고 개발자에게 지급이 됩니다.

개발은 주로 발주사가 지정한 장소에서 개발을 하게 되는데 철저한 근태관리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주로 발주사의 근무시간을 따르는데 퇴근시간은 그러질 못하지요. 출근확인, 업무일지, 기타 근태사항을 대기업 책임자에게 서면으로 보고를 해야 합니다. 이 서류는 나중에 대금 정산시 중요하게 사용되는 자료입니다.

분석/설계 부진한 상태에서 개발자 투입

분석/설계가 제대로 된 상태에서 개발자가 투입되어야 주어진 시간내에 개발이 완료되고 개발자는 철수를 할 수 있으나 대부분 현실적으로 개발자가 투입되고 난 이후에도 분석/설계가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다 보니 시스템이 정해진 시간안에 끝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부분 프로젝트 막바지에 이르러 요건이 변경되고 개발 수정사항들이 쏟아 짐니다. 개발자들은 쏟아지는 수정사항 대응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되지요. 휴일 거의 반납해야 합니다.

인원을 더 투입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지는데 사실상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는 적정 시점에 인원을 투입하지 않으면 제대로 효과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1개월 이상 계속 같이 일을 수행한 사람이 아니면 투입시점 즉시 효과를 거둘 수가 없는 특징이 있습니다.

IT개발자들의 가장 큰 불만상황

현재 IT개발자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불만은

1.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빈번한수정사항 발생입니다.
 발주사의 최초 요구사항과 현재의 요구사항 간의 차이 발생으로 자기들이 개발한 많은 프로그램들을 다시 수정해야 하는 재작업이 발생되는 것입니다. 주로 프로젝트 관련 중역 보고후에 엄청난 수정사항 쏟아집니다. 그걸 왜 개발업체에서 떠안아야 합니까. 정말 힘듭니다.

2. 요구사항 변경으로 인해 업무 범위 변경되었는데도 비용은 초기금액과 동일하다.
발주사의 요구사항 변경으로 업무 범위가 변경되어 많은 추가 공수 투입이 불가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대한 별도 비용 산정을 하지 않지요. 물론 발주사 담당자들이 애로사항 알고 있습니다. 업무 범위 변경사유에 대해 별도 품의를 득한 후 처리해야 되니 쉬운 일은 아니죠. 알고있습니다. 안다구요 그런 애로사항들은. 하지만 우리는 어떡하라구요. 논팔아 장사하는 것도 아닌데 설마 그냥 손가락 빨라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제발 용역 업체 추가 발생 비용은 최대한 줄이도록 해주세요.

주로 빈번한 요구사항 변경과 추가 투입에 대한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IT개발자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불만사항입니다.

지식노동에 대한 평가기준 정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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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에서 지식강국으로 탈바꿈할려고 하는 국가적 변모 과정상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는 현상일 수 있다고 너그럽게 봐 줄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에서 지식노동에 대한 평가기준 정립이 제대로 되어 있질 않아서 눈으로 형체를 볼수 있거나 손으로 만질 수가 있는 부분에 대한 평가는 기준정립이 제대로 되어 있으나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무시하고 지나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식근로, 지식노동에 대한 평가기준 정립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합니다.

개발 용역업체 및 IT개발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 시급

정부 프로젝트 수행시 관행처럼 되어온 개발업체 하도급 구조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대부분 IT 대기업들이 정부 일을 수주해서 개발용역 업체를 끼고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추측컨데 정부에 견적 제출할 때 개발인력에 대한 단가와 실제 개발용역 업체에 지급하는 단가가 차이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어집니다. 정부는 이러한 하도급 구조를 근절시키고 컨소시엄 형태로 제안을 받아야 합니다.

발주사들도 제발 영세업체들의 애로사항을 헤아려서업체들로 하여금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야 합니다. 사실 업체들 입장으로서 얼마 안되는 개발비 받아서 추가비용 부담하고 발주사들 밥과 술사주고 기업운영 할려고 하면 정말 빠듯합니다.

정부는 정통부 고시단가로 개발자들 인건비를 해마다 책정하고는 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학벌위조로 세상이 떠들석합니다. 이번 기회에 초급, 중급, 고급, 특급 등 개발자 등급 정할 때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 기준으로 해당 실무 경력을 따지고 있는데
아예 학력은 빼는게 어떻겠습니까. 실제 고등학교만 나오더라도 개발능력이 우수한 개발자들이 엄청 많습니다. 그들이 학벌에 밀려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졸업장 따러 학교로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습니다. 이건 정말 문제가 많다고 생각치 않으십니까?

소프트산업 육성 발전이 정부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입니다. 결국 세계는 지식을 누가 많이 가지느냐에 따라 국가의 부가 판가름납니다. 지식을 보유하고 있고 보유하고 있는 지식을 잘 활용하여 국가적 부 축적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인 지식보상 체계 구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소프트산업의 핵심 세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IT개발자들을 위해서 상기 열거한 요구사항들을 정부가 빠른 시간내에 검토하여 대책을 강구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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