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0원의 행복

문화이야기 2007. 7. 16. 00:09
언제부터인가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블로거뉴스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오늘도 여느날 처럼 블로거뉴스를 방문하였다. 여러가지 포스팅 글중에서 단연 돋보이는것은 오늘의 헤드라인부분이었다. 아~ 오늘이 복날이구나라는 느낌이 팍팍 올수 있는 기사들이 많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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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복에 먹은 생돼지 애호박 찌개, '남도의 향기'                    |  행복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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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여러분의 보양식은?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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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이라지만, 머슴밥과 오이지면 여름 건강하게 납니다       | 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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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한방삼계탕'으로 더위 이겨보세요                              |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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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복날에 먹는 시절음식들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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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의 유래와 풍습                                                            | 조선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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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만 다가오면 개고기 논란                                              | Gom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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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은 왜 개고기가 떠 오를까?                                           | 오드리헵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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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특집] 개고기 반대 시위를 가다                                   | 딴지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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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헵번님의 복날 개고기를 먹어야만 되는 이유를 열거해 놓은 부분에 복(伏) 한자어 형성이 人(사람) + 犬(개) 로 이루어졌음에 인간과 개가 친할 수밖에 없다는 대목에서 느낌이 팍팍왔는데 나중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했는데도 이 부분이 웬지 연관이 있을것만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보신음식 '연계백숙'으로 결정하다

몇가지 글들을 읽어보고 난 후 부모님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해야할 일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보신음식을 부모님께 대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메뉴를 뭘로 할까 혼자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것 저것 고민하였다. 식용으로 적합한지 안한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개고기 또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일반적으로 먹고있는 삼계탕과 백숙 이 세가지 중에서 한가지로 결정해야 하는데 개고기는 아무래도 가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안될 것 같고 삼계탕은 주로 도심지에 식당들이 위치해 있어서 오늘같은 날은 터져나갈것 같고 해서 선택의 여지없이 연계백숙으로 결정했다.  필자가 오늘의 보신음식으로 연계백숙을 선택하게된 결정적 동기는 연계백숙을 파는 음식점들이 대부분 도심지에서 벗어난 야외의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주차하기도 편할것 같고 사람들도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연계백숙 관련 자료문헌 찾아보기

한국음식중 국은 맑은 장국, 토장국,  고음국, 냉국등으로 나눌수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 고음국은 고기를 물에 넣고 장시간 고아서 맛과 영양분이 국물에 충분히 흘러 나오도록 한것인데 우리들이 흔히 '곰국'이라고 부르는 음식과 같다. 그런데 고음국이 표준말인 모양이다. 고음국중에서 연계백숙은 계삼탕, 닭곰탕 등과 함께 여름철 보양음식중의 하나로 국물과 건데기를 함께 먹는 것이라고 한다. 영계란 연계(軟鷄), 영계에서 온 말인데 병아리는 지났으나 아직 다 자라나지 못한 어린 닭을 말하는 것이다.
백숙(白熟)이란 양념하지 않고 맹물에 삶아 익힌것이라고 한다. 즉, 영계백숙은 어린 닭을 삶아 익힌 음식이라는 뜻이다.
[논문명: 조리조건이 연계백숙의 성분과 관능적 품질에 미치는 영향, 저자 : 이효지 장영수, 발행년도 :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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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댁 방문하여 '보신음식' 대접하기

필자는 살고 있는 곳이 우리나라 공업도시의 산실이며 지난해 1인당 소득(지역총생산)이 3800만원(추산)을 넘어선 전국 최고 부자 도시인 울산이다. 넘 거창했나. 예전에는 공해도시란 멍에를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 환경개선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해서 태화강에 연어도 돌아오고 대기중에 아황산가스 농도도 0.007PPM으로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대전에 이어 두번째로 맑은 도시가 되었다.<자료참조:7월11일자 조선일보>

울산을 자랑할려고 한 것은 아니고 부모님이 사시는 곳을 설명할려고 하다 보니깐 배경지식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 언급하게 되었다. 부모님이 사시는 곳은 울산과 언양사이의 국도변에 위치해 있는데 동네명은 '범서'라고 부른다. 필자가 살고 있는 곳은 삼산동인데 현재 울산의 중심가이다. 예전에 중심가는 중구 옥교동과 성남동이었는데 지금은 남구 삼산동으로 시가지가 옮겨졌다. 필자의 집에서 부모님댁까지는 20분정도 소요된다. 부모님께 전화를 한 후 2시 30분경 부모님댁에 도착했다. 부모님은 현재 친척분의 명의로 되어 있는 과수원에서 생활하고 계신다. 부모님은 고추, 가지, 오이등 농사를 짓고 계시기 때문에 주로 밭에서 작업하시는 시간이 많다. 도착해서 부모님을 찾으니 오늘도 여전히 더우신데 밭에서 땀을 흘리시며 일하고 계신다. 자식들에게 반찬값이라도 아껴쓰시게 할려고 더우신데 농작물을 가꾸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아직까지는 십분 헤아려드리질 못해 안타까울때도 많이 있다. 부모님들은 자식보다 손자들을 훨씬 좋아하시는 것 같다. 아직 그 마음은 이해할 수가 없지만 먼훗날 자식들이 출가해서 나도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지금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모님께 오늘은 우리가 식사대접을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발길을 재촉하였다. 왜냐하면 부모님은 자식들이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하면 한사코 거절하신다. 봉급쟁이 형편 뻔하다고 하시면서 한 푼이라도 아껴서 살림살이에 보태시라고 하신다. 그래서 밥을 먹으러 가시더라도 매번 부모님이 계산하실때가 많다.

오늘의 메뉴는 백숙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백숙을 맛있게 요리하는 식당을 찾는게 일이었다.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알고 있는 식당도 없었다. 무조건 차를 타고 언양쪽으로 달렸다. 도로변에 괜찮은 식당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언양에 다다르기까지 백숙을 판매하는 식당은 나오질 않았다. 할수 없이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서 5년전에 간적이 있는 식당을 찾기로 했다. 2010년 KTX울산역이 들어서는 동네 근처에서 백숙을 먹은 기억을 더듬으면서 20분정도 헤매다니다가 그 식당을 찾았다. 식당명이 털보네식당이었다. 예전에는 촌에 있는 식당이고 해서 별다른 이름이 없었는 걸로 기억하는데 이젠 식당명을 내걸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냇가가 보이는 마루에 자리를 잡고서 백숙을 주문했다. 한참동안 애들의(초등3년 딸아이, 7살 아들) 재롱에 웃음보를 터트리면서 1시간 정도 기다린 끝에 오늘의 메뉴 '백숙'을 먹을 수 있었다. 먼저 압력밥솥에서 푹 고아진 닭은 뼈까지 허물허물 거릴 정도였다. 부모님께서는 먼저 닭다리를 한개씩 붙잡으시고서는 맛있게 음식을 드셨다.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서 복날을 핑계삼아 모시고 온 것이 잘한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 보신(保身) 시켜드릴려고 모시고 나왔는데 마음까지 보심(保心)시켜드린것 같아서 무척 행복했다.

야채죽까지 음식을 모두 맛있게 먹고서 또 부모님이 계산할려고 하실것 같아 재빨리 화장실 가는척 하면서 주인 아줌마를 찾아 음식 값을 계산을 하였다. 모두 35,000원이었다. 부모님이 계산하시기위해 오실까봐 가슴졸였다.

우리들이 느끼는 행복은 상대적인 것 같다. 돈의 액수로만 많은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생각을 해왔는데 적은 액수로도 충분히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일깨우게 해주는 뜻깊은 '복날' 하루가 된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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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구글수석로고디자이너는 한국인!!

문화이야기 2007. 7. 3. 23:04
구글수석디자이너 황정모씨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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