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익은 묵은 김치가 우리에게 이로울 수도..

직접쓴칼럼 2008. 1. 28. 22:00

기업 S.I(시스템 통합)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일을 하다보면 새로운 것을 개발할 때도 있고 남이 개발해 놓은 것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둘 중에 더욱 더 힘든것이 남이 개발해 놓은 것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이다.

왜냐하면 기존소스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분석한 뒤 수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조금 분석하다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불평불만 섞인 이야기로 '뭐 이따위로 프로그램을 짠냐' '발로 짜도 이것보다 잘짜겠다' '기본이 안되있네' 등등 으로 기존 프로그램 개발자의 실력을 깍아 내리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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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 태조왕건 촬영지>

실컷 욕을 한 뒤 결국 자기방식대로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한다. 기존 개발자가 짜 놓은 프로그램은 무시하고 의기양양하게 모든 소스를 뜯어 고친다. 그러다 예기치 않은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그러면서 기존 개발자가 왜 그렇게 프로그램을 짜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때는 최종적으로 기존 개발자가 짜놓은 방식대로 되돌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정권교체기의 요즘 사회분위기가 어쩌면 내가 일하고 있는 작은 분야의 일의 이치와 흡사한 것 같다. 인수위의 과거 10년간의 정권에 대한 주도면밀한 검토와 분석 작업없이 모든 것을 갈아 엎을려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안되는 것은 일치감치 포기할 줄아는 것이다. 안되는 것을 돈과 시간을 낭비해가면서 추진하는 것은 아마추어의 전형이다.

일반기업과 정부는 성격이 다르다. 기업은 일을 추진하다 그르치면 그 기업 하나의 손실로 끝이 나지만 정부의 일은 한 번 그르치게 되면 엄청난 손실이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부디 새정부의 새로운 사업추진과 정국구상에 대해서는 과거 정권에서 소신을 가지고 국정운영에 참여해온 행정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일을 그르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다. '한번 해보고 안되면 말지'식의 국정 운영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과거 정권에서 실패한 정책들에 대해서 무조건식의 배척보다는 실패한 원인이 무엇이고 그 정책을 제대로 추진했을 때에 어떤 국익은 없는지를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무조건식 배척은 대승적 견지에서 볼 때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

'술은 새부대에 담는 것' 중요하지만 때로는 푹 익은 묵은 김치가 우리의 구미를 당길때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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