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교수, 우리도 반성해야

사회이야기 2007. 7. 13. 22:52

일상생활속에서 흔하게 듣는 말 중에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자질과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일단 임무를 부여시켜 놓으면 과거의 전력과 무관하게 맡은바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한다는 의미다.

사람의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많이있다. 정해진 요건을 모두 충족하였다고 하더라도 검증 누락 요소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으며 또한 정해진 요건의 진위여부를 판가름하기란 연목구어(緣木求魚)와도 같은 일이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란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적재적소에 사람을 잘 등용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조직의 융성에 제일 중요한 일이다.


잘못된 고정관념이 가짜 신정아교수 사건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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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으로 선임됐던 신정아교수의 가짜 학위 사건은 학벌지상주의에 물들어 있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일차적으로 신정아씨의 비도덕적, 위법적 행위에 대해 개인적으로 비난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이제까지 우리사회가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학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함으로써 생긴 결과이기도 하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증명서, 자격증 위주의 심사가 고착화된 것도 문제였다. 학위를 사고파는 행위가 해외에서는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해서 국내 교수로 임용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학벌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우리들의 고정관념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심지어 대학교수의 자질이나 능력을 판단할 때도 어느 대학교수인지가 판단기준의 가장 큰 척도가 되고 있다. 필자 역시도 사람을 평가할 때 어느 대학 출신인가를 제일 먼저 확인한다. 그런후에  그 사람의 출신학교 정도에 따라서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가 낮게 평가하기도 한다. 아마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고정관념의 늪에 빠져 생활하고 있다.언론을 통해 한번씩 가짜 의사, 명문대 출신의 사업가 행세를 하면서 여성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다가 발각되어 구속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이런 사람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여성들의 심리도 전문직 또는 명문대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능력이 출중하며 도덕적이라는 고정관념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철밥통 직장' 이제 사라져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수 많은 일들이 우리 사회에는 존재한다. 제도의 틀이나 굴레속에서 기본적인 심사과정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바람직한 참여의 기회를 높이고 기회균등적인 측면을 고려할 경우 들어가는 문은 넓히고 나오는 문을 좁힙으로써 한번 정말 열심히 도전해 보고 그렇지 못할 경우 차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예를들어 대학의 입학정원은 늘리되 졸업정원은 줄여서 대학의 기능을 한층 더 강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대학 졸업후에 일정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재검증을 통한 자격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시스템을 조기에 만들어서 시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만 잘 들어가면 만사 오케다. 평생 행복한 삶이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직장에 대한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오죽하면 특정 직장에 대해서 '철밥통직장'이라는 표현이 생겨났을까? 한번 들어가면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의 개념은 사라져야 한다. 진입장벽을 낮추어야 한다. 비록 명문대학 졸업장은 따지 못했을지라도 사회에 나와서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든지 '철밥통'옆에 찰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너 어느대학 출신이냐

우리나라의 또 하나의 고질적인 병폐는 '제식구 감싸기'이다. 어느 직장을 막론하고 초.중.고교 대학 동기 인맥을 동원으로 한 세력 구성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개인의 능력은 부차적인 문제다. '너 어느 대학 출신이냐'라는 이 한마디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동문이라는 동질감은 개인의 출중한 능력을 압도할 수 있는 또다른 힘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렇게 형성된 세력의 힘앞에 개인의 능력은 무기력할 뿐이다.    

2년제 대학 출신과 4년제 대학 출신 차별대우 정부는 개선책 마련해야

정부도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공공부문 소프트웨어개발 용역 수행시 개발자들의 등급 산정 기준을 보면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없을시 4년제 대학 출신과 2년제 대학 출신의 등급 인정 경력 기간을 다르게 산정하고 있다. 개인의 프로그램 개발 능력과는 무관하게 2년제 대학 출신들은 무조건 4년제 대학 출신 개발자보다 동종업계 근무경력이 3년~4년 정도 더 많아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결코 4년제 개발자들과 개발능력을 견주어 볼때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인데도 말이다. 물론 2년제 출신 개발자들의 프로그램 개발 능력이 뛰어난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항변할 지도 모른다. 변별력을 구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않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방관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학벌지상주의의 고정관념을 깨고 능력위주의 인재등용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할것이다. 변별력 부재를 이유로 행정편의주의식 '증(證)' 위주의 심사 행정은 제2의 아니 제3의 신정아교수를 탄생시킬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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